게임인가? 아님 카드? 토닉은 또 뭐야? 춤 얘기하는데 술에 섞어 마시는 탄산음료는 왜 나와? 요즘 애들은 참 희한한 것도 잘 개발한다. 나이 먹어 몸도 안 따라가는데 이제 머리까지 안 따라가니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맞추려니 내가 조용히 사는 꼴을 못 보는 구나.
호주에서 건너왔다는 멜번 셔플(Melbourne Shuffle)과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테크토닉(Tecktonik)이 요즘 클럽에서 잘 나간다는 춤이다. 글쎄~ 관절이 시큰거려서 클럽 행차를 못한지 꽤나 오래된 왕년에 발장난 좀 했다는 나도 요즘 그거 추는 사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 보다.
우리나라가 B-boy 강국 아닌가. 새로운 춤이 지금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 트렌드세터라는 말까지 도는 요즘 소심하게나마 이 춤 연마해 클럽에서 폼 잡으려고 연습중인 사람들 깨나 될 것 같다.
즉시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 본 결과 뭐가 이리도 많은지 수많은 응용동작까지 관련 동영상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더라. 멜번 셔플이 이게 보니까 특별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녀석은 줄창 토끼춤 동작을 하기도 하고 콘크리트 바닥을 미끄러지듯 현란한 발동작을 일삼는…가만히 보니까 이게 발이 관건이다. 발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다 어떤 녀석은 발이 안보일 정도로 후다닥 움직이는 통에 혼을 쏙 빼놓는다. 발바닥에 기름칠을 했는지 스무스~하게 미끄러지는 거다. 손동작은 그리 많지 않지만 주로 발동작을 따라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테크토닉은 또 그렇다. 테크노음악에 맞춰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흔드는 이 춤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돼 7년 전에 프랑스에 소개됐다고 한다. 멜번 셔플이 발동작을 기본으로 하는 춤이라면 테크토닉은 손동작이 기본이다. 그래서 테크토닉 댄서들은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화장으로 이목을 상체에 집중시킨다. 그런 반면 당연히 멜번 셔플 댄서들은 요즘 보기 드문 나팔바지를 선호한다는 것. 바지에 야광띠도 두르고 찡도 박고 바지에 온갖 화려한 건 다 갔다 붙이고 자신의 예술에 가까운 발놀림에 관객들을 현혹시키는 거다. 테크토닉은 공들인 헤어스타일을 강조하고자 줄기차게 손으로 머리를 쓰는 것 같은 동작이 많다. 그저 있잖아~ 개다리 춤추면서 머리를 막 쓸어 올리는 동작 있지 않은가?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춤의 공통점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왕년에 장난 좀 쳤던 실력을 되살려 한번 따라 해 봤더니 다이어트 댄스로는 효과만점이다. 2,3 분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데 보통 한 곡당 3,4,분은 족히 되니 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멜번 셔플이 하우스 댄스를 연상시키는 발 동작이라면 테크토닉은 초창기 나이트 댄스를 연상시킨다. 좋게 말하면 현란하고 나쁘게 말하면 오도방정이고 배슬기가 추던 복고 댄스 같기도 하고 이휘재가 추던 코믹댄스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동작이 큰 관계로 팔 다리가 긴 애들이 유리할 것 같다. 사방팔방 팔을 돌렸다가 뻗었다가 내쳤다가 연습하다 보면 파스 값 꽤나 나갈 것 같다. 팔이 짧아 고민이라면 테크토닉을 춰라. 당연히 다리가 짧아 고민인 사람들에게는 멜번 셔플을 추천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이건 단순히 춤이 아니라 문화라는 것이다. 멜번 셔플은 서랍 깊숙이 꿍쳐 두었던 나팔바지, 화려한 프린트의 민망한 바지들을 다시 찾아 입게 만들어 역시 패션은 돌고 돈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테크토닉은 모히칸을 비롯해 펑크 스타일을 다시금 유행시켜 헤어스타일의 개혁을 일으켰다. 록 밴드 키스(Kiss)를 떠올리게 만드는 비주얼록 화장으로 메이크업 계를 살렸으며 죽어가는 클럽 계에 다시금 손님들이 들끓어 기도 오빠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자 새로운 응용동작을 연구하여 UCC 동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상에 공개함으로서 인터넷의 활성화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도 기여를 한 셈이다. 춤 연습하느라고 팔다리 관절에 무리 간 사람들은 파스도 많이 사다 붙였을 테니 의료업계까지 살렸구나~ 장하다!
역시 춤을 추려면 음악이 있어야 하거늘 멜번 셔플과 테크토닉 관련 검색에 빠지지 않는 것이 “요 영상에 나왔던 배경음악이 뭐에요?”다.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 신경 써서 기사를 읽어준 분들을 위해 대신 검색해서 한데 모아봤다.
멜번 셔플은 트랜스 계열의 음악을 틀어놓고 추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 사이트랜스(Psytrance) 계열이다.
사이 트랜스의 하위장르는 Full on, 테크트랜스(Techtrance), 사이테크노(Psytechno), 프로그레시브, 미니멀(Mininal)이 있다. 일단 빠르고 하드하며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전자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반복적인 미니멀한 사운드와 프로그레시브한 전자음악 요소가 만나서 실험적이고 기본 박자는 꽤나 느리며 멜로딕한 요소는 좀 덜하다. 주요 레이블을 검색해 보면서 사이트랜스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드는 것도 공부가 될 것이다.